핀란드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목공예가 ‘디디 응 윙 인(Didi NG Wing Yin)’은 조각이라는 행위를 통해 나무 고유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작가다. 홍콩 출신으로, 조형 가구와 공예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조각 기법을 개발해온 그는, 최근 들어 ‘자연스러움(Naturalness)’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심화시키고 있다.

Photo: Lokal gallery
그의 작업은 나무를 통제하거나 일정한 형상으로 다듬는 대신, 재료의 본성에 따라 반응하며 흐름을 만든다. 깎고 다듬는 모든 행위는 단순한 조형을 넘어, 나무가 지닌 고요하고도 은밀한 언어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그는 이를 “재료와의 친밀한 대화”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접근은 단지 형태적인 실험에 머물지 않고, 조형 행위를 통한 사유(thinking through making)를 기록하는 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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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Pleats Vase No.7’은 잘게 쪼개진 전나무 조각들을 정교하게 재조립하여 나무의 원형을 되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는 나무의 결을 따라 조각하고, 표면을 잉크와 동유로 마감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색감과 질감을 강조한다. 의도적으로 쪼개고 파낸 나무의 표면은 그의 손을 거치며 구조와 흐름을 만들어내고, 이는 작가가 나무와 대화를 나누듯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을 상징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접근은 2025년 ‘로에베 재단 크래프트 프라이즈(LOEWE Foundation Craft Prize)’에서 주목받았다. 디디는 전 세계 4,600여 개의 출품작 중 파이널리스트 30인에 선정되었으며, 전통적인 목공예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로에베 재단은 그의 작품을 “재료의 자연스러운 속성을 존중하며 그 자체의 언어를 드러내는 철학적 조형”으로 소개했다. 해당 작품은 현재 마드리드 티센-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Pleats Vase No.7 Photo:
https://dd-ng.com/Pleats-Vase-No-7디디 응 윙 인은 핀란드 알토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왔다. 2024년 헬싱키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영국 등에서 열린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으며, 2025년 봄에는 스웨덴 예테보리의 뢰스카 뮤지엄(Röhsska Museum) 레지던시에 선정되었다.
그의 이름은 국제 무대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2024년에는 스웨덴 스톡홀름 가구 박람회에서 ‘올해의 라이징 스타’, 핀란드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 영국 Dezeen Awards에서 ‘올해의 신진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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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 응 윙 인의 작업은, 장인의 손과 자연의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흔적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게 우리에게 물어온다.
‘당신은 재료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가?’
https://dd-ng.com리포터_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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