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느 디자인 공모전과 다르게 “디자인 상품화”를 목표로 하며 우수디자인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공모전이 있다. 바로 특허청에서 주관하는 ‘D2B(Design to Business)디자인페어¹’다. D2B디자인페어는 학생들에게 실무의 경험과 지식재산권 인식 도모를, 기업은 학생들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공급받을 수 있어 매년 학생과 기업의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코스틱(KOSTICK) 이병식 대표 인터뷰에 이어, (주)행남자기의 디자인부 총괄 정혜정 과장을 만나 D2B디자인페어의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코스틱(KOSTICK) 이병식 대표 인터뷰 바로가기 >> http://www.designmap.or.kr/dt/DtPpFrD.jsp?p=81

1 2006년 1회 ‘대학생디자인공모전(Design & Right)’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2008년 ‘디자인권 공모전’으로, 2012년에 D2B디자인페어로 명칭 변경.





저희 행남자기는 72년 전통의 산업 도자기 회사로 결혼 시 시부모님께 드리는 예단용 7첩 세트와 가정에서 사용되는 홈세트를 주로 생산·판매하고 있습니다. 1942년 창사 이래 늘 새롭고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해 왔으며, 앞으로도 새로운 제품의 개발을 지속적으로 할 것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과 다른 사고와 구성, 젊은 느낌의 재미요소와 심미성, 수납이 용이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던 중 D2B디자인페어를 접하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D2B디자인페어는 다른 공모전과는 달리 학생들의 디자인권리를 보장하면서 디자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그들의 제품을 실제 양산화할 수 있도록 기업과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공모전이어서 2010년부터 꾸준하게 인연을 맺어오고 있습니다.




저희 행남자기는 D2B디자인페어 출품작 중 2011년 은상 수상작인 ‘1인용 식기세트’의 디자이너와 라이선스 체결 후 제품을 출시하였고, 그에 이어 2012년 대상 수상작인 ‘싱글족을 위한 자기 그릇 선물 세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1인용 식기세트’는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성(공기, 대접, 찬기 2종, 컵)으로 이루어져, 좁은 공간에서도 각각의 식기를 적재하여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제안된 것입니다. 이는 최근 변화하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에 적합한 아이디어라 생각되어 회사 내부 기준에 맞춰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제품 출시 후 로열티(royalty)²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제품명은 ‘1인용 식기세트’에서 제품의 특성을 반영한 ‘올인원(All in one)식기’로 변경하여 2013년 8월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출시하였으며, 젊은층을 겨냥한 만큼 특히 온라인 몰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2 실시계약에 있어서 실시권자가 특허권자에게 지급할 금액, 즉 특허사용료를 로열티라 함. (출처 : 두산백과)



‘싱글족을 위한 자기 그릇 선물 세트’는 7가지 피스(piece)가 쌓여 하나의 꽃을 피우는 디자인으로 심미성을 더한 공모작입니다. 현재 개발 중이며, 회사의 판매부처와 협의 하에 양산성과 소비자의 수요를 고려하여 5가지 피스로 줄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실무 경험이 다양하지 않은 학생들이다 보니 실제 양산과정에서 부딪히는 문제점들을 간과하고 작품을 공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품화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1인용 식기세트’ 디자인 역시 식기가 적재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결합되는 부분의 굽이 낮아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적재된 도자기가 쓰러지는 등 파손의 우려가 있어 구조를 변경해야 했습니다. 저희 행남자기의 내부 디자이너들은 안정적인 결합에 초점을 맞춰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각각의 그릇을 안으로 끼워 쌓아올리는 현재의 모습으로 변경하였습니다. 높이가 30cm였던 초기 디자인에 비해 최종 제품의 경우 14.7cm로 적재 시 높이를 50%이하로 조정하여 부딪히더라도 쓰러지지 않는 안정감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형태 디자인이 확정된 후 현재 시장의 소비패턴과 트렌드 변화를 반영하여 빈티지한 북유럽 느낌의 코지룸(Cozy room)과 알록달록 귀여운 컬러들이 모여 있는 버블팝(Bubble pop) 등의 신규 패턴 디자인을 개발하였습니다. 가마에 들어가 여러 번 불에 구워지는 도자기 제작의 특성상 패턴 디자이너가 원하는 색감을 얻기 위해서는 수차례 수정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과정들을 거친 후 현재의 올인원 식기가 탄생했습니다.(관련 사이트 : http://www.haengnammall.co.kr)

학생들의 작품을 양산 시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제품 개발할 때보다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지만, 학생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업이 지니고 있는 디자인 개발능력, 유통, 판매 등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결합되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행남자기는 최근 유행하는 아웃도어(outdoor) 트렌드를 인도어(indoor) 문화로 바꿀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이 필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이에 신선한 아이디어로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의 도자기 식기’라는 다소 포괄적인 주제를 제시했습니다. 양산을 해야 한다는 점을 배제한다면, 올해도 좋은 아이디어의 디자인이 많이 출품되었으나 아이디어에만 머무는 디자인은 제품으로서의 실용적 가치가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심사 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201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D2B 썸머스쿨에 참여하여 기업 멘토링(mentoring) 및 ‘디자인을 통한 비즈니스’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실무자 입장에서 제품개발 시 경험하고 느꼈던 점들에 대해 공유하였습니다.

매해 바뀌는 주제는 기업에서 당시에 가장 고민하고 있는 점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하기에 앞서 기업에서 왜 그러한 주제를 선택했는지를 생각해보고, 그에 따른 철저한 시장조사를 해야 합니다. 만일 저희 회사에 출품을 했다면, 도자기 소재 특성상 인터넷으로만 조사하는 것보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해 직접 만져보고 실제 용량 및 형태 등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는 점을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실제 제품으로 양산되었을 때를 예상하고 디자인해달라고 조언했습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양산성이 떨어진다면 제품으로 출시되기 어렵기 때문에 저희 회사의 경우 양산이 가능한 디자인을 우수작 선정 기준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제품으로 양산하기에 용이한지, 기업 실무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기를 권합니다.





흔히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이 활성화된 환경 속에서 쉽게 모방된 디자인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디자이너들에게 제도적으로 그들의 창작 디자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막이 되어줄 힘이 ‘디자인권’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은 나와 상관없는 분야일지라도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면 디자이너와 디자인권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디자인권에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저 또한 D2B디자인페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디자인권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잡지나 인터넷에 디자인권에 관해 수록된 글이 있다면 눈여겨보고 있고, 특히 최근 디자인 관련 매거진에 게재되고 있는 ‘디자인 특허사례’를 관심 있게 읽고 있습니다.

끝으로, 얼마 전 시간을 내어 10여년 만에 모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새삼 학생이라는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고, 수 없는 꿈들로 반짝반짝 빛나던 시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학창 시절의 그 젊은 패기와 열정적인 도전으로 여러분의 좋은 디자인들이 이 세상에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 (주)행남자기, D2B디자인페어 제공
글 / 디자인맵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