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 간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생활 양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하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제는 나아가 스마트TV의 시대임을 선언하고 있다. 다양한 컨퍼런스와 강연 등을 통해 스마트TV가 가져올 변화와 그 중요성을 알리고 있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경영기획실 유재구 이사를 만나보았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생활에 TV만큼 중요한 매체가 없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TV를 보곤 했죠. 하지만 이제는 개인 미디어의 시대입니다. TV조차도 혼자 볼 때가 많아졌죠. 심지어 스마트폰 때문에 TV나 PC를 켜지도 않는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편의성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조그만 화면으로는 부족함을 느낍니다. 디스플레이 중에서 가장 큰 것이 TV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의 편의성을 TV에서 느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점점 TV 앞으로 다시 모이게 될 거라고 봅니다. 일과 휴식 간의 균형이 점점 더 강조되는 사회 현상, 가정에서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여가를 보내는 시간이 증가되고 있는 추세와도 맞물립니다. 이미 북미에서는 자리잡은 현상이고 한국도 그렇게 변하고 있죠.
단, 그렇게 되려면 유저 인터페이스의 측면에서 TV는 TV다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스마트TV UI를 보면 TV를 컴퓨터처럼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UI가 아주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컴퓨터의 메뉴 화면처럼 아주 복잡하고 어렵게 구성되어 있죠. 또 채널이나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많은 콘텐츠들을 다 볼 수도 없는데 양만 많으면 뭐합니까? 그리고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지 않은 어른들은 메뉴가 너무 복잡해서 그냥 안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엄선된 양질의 콘텐츠를 아주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편의성’을 가장 앞에 두고, 그 뒤에 다양한 정보를 두는 것이죠.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처럼 온라인에서 사람들간의 관계가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에 SNS를 수용하고 이에 걸맞는 UI를 구현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TV로 어떤 프로그램을 보다가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할 때 초기 메뉴로 다시 돌아가서 다른 메뉴를 선택해야 한다면 아주 불편할 겁니다. 간편하게 화면 바로 옆에서 소셜 네트워크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게 구현해야 합니다.
저는 결코 스마트TV가 성공하기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성공을 위한 가장 주요한 요소가 디자인이라고 봅니다. UI, 나아가 UX 디자인이 관건이죠. 이런 디자인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스마트TV가 나온다면 시장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을 다시 TV 앞으로 불러 모으게 될 거라고 봅니다. 최근 기아 자동차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후 국내외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는 사례를 볼 때도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랫폼 사업자이기 때문에 특히 스마트TV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부가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생태계가 잘 구현되는 것이 특히나 중요하다고 봅니다. TV사업은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분야이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서로 개방을 하지 않으면 전체가 같이 몰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TV에서도 첫 관문을 쥐는 사업자가 성공을 가지고 올 거라고 봅니다. 컴퓨터의 시작 화면은 이미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시장 지배적인 기업들의 몫이죠. 하지만 TV는 그렇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단순하고 직관적인 UI를 잘 구현하는 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갈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TV 플랫폼인 미디어룸(Mediaroom), 엑스박스 360(Xbox 360)과 동작감지콘트롤러인 키넥트(Kinect), 그리고 윈도우 7, 윈도우 8 운영체제와 윈도우폰 7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엑스박스 키넥트는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기술을 적용한 장치인데 게임뿐만 아니라 교육 현장과 의료 현장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웹사이트 www.xbox.com/en-US/Kinect/Kinect-Effect 에서 동영상 참고). 그리고 키넥트를 활용하면 사람들이 TV 화면에서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는지, 어떤 자세로 보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시청자들의 니즈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됩니다. 광고를 할 때 타겟을 구체화할 수도 있겠죠. 윈도우 8은 가장 큰 특징이 TV, 휴대폰, PC의 UI를 통일시킨다는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 시대에 큰 변화를 가져올 곳으로 예상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실 과거에 소비자 친화적인 기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그것을 대중화시킨 다른 기업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적도 있었죠. 하지만 작년에 CCG(Consumer Customer Group)이라는 조직도 별도로 신설할 만큼 소비자 친화적인 문화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한국 기업을 살리는 것 같지만 오히려 죽이는 결과를 낳는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기 때문에 기업들이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자꾸 ‘한국형’ OS를 만들라고 합니다. 외산 도입을 막고 국내 시장을 활성화한다는 취지인데요, 한국 기업이 성공하려면 ‘한국형’ 제품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나가는 ‘한국발’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중소 기업이 훌륭한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애플 앱스토어에 올리면 굳이 전세계에 영업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팔려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권장해 주는 정책을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코트라(KOTRA)는 우리 나라의 자동차 기업들에게 미국 자동차 생산 기준 같은 것을 알려줘서 이에 맞게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IT업계에 대한 정책도 이렇게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규제가 너무 많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떤 현상이 심해지면 규제를 합니다. 예를 들어 독과점을 하거나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죠. 그런데 한국은 선규제를 합니다. 어떤 현상이 있기도 전에 규제를 하는 거죠. 올해 시행된 ‘셧다운제’같은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을 뽑을 때 면접을 해보면 ‘세계적인 기업에서 많이 배우고 경험을 쌓아 장래에 더 큰 꿈을 펼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무엇을 배우러 들어오는 곳이 아니죠.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에도 독특한 채용 문화가 있습니다. ‘individual excellence’, 즉 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중요시하는 겁니다. 뛰어난 인재를 뽑아서 기업도 우수성을 유지하고 개인들도 계속 우수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거죠. 학생들이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하고 지원하고 싶은 기업에 특화된 부분을 자신이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업에게 있어 기술보다 소비자의 성향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즉 소비자에게 유형, 무형의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죠. 그렇게 때문에 회사는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유연함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은 이를 위해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위 ‘오지랖이 넓은’ 사람들이 트렌드에 대한 안테나, 촉수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잠재력이 큰 인재라 할 수 있죠. 이런 사람들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에게 ‘차를 타고 다닐 때 책이나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창 밖으로 길거리 간판들을 쭉 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양한 간판들을 보고,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판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 흐름을 장기적으로 관찰하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트렌드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학생들이 주변의 다양한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스마트TV 시대의 한 주역으로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역할이 기대된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 준 유재구 이사님께 감사 드린다.
글 / 디자인맵 편집부
이미지출처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제공